문화적 차이, 현지화된 채용 전략, 그리고 “Korean Company”가 아닌 “Global Organization”으로 포지셔닝하는 방법
케이존 대표 김성수의 생각 노트 및 경험 노트. – HR 목적으로 작성되는 블로그입니다.

처음 사람을 인터뷰 보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는 공유 창고에 있을 때였다. 우리만의 공간도 아니고, 다른 회사들과 같이 쓰던 한 켠의 자리. 창고 직원을 뽑아야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던 때였다.
지인 추천으로 ‘달사람닷컴’이라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처음 알게 됐다. 가입하고, 어색한 채용 공고 글을 하나 올렸다. 며칠 뒤 이력서가 몇 장 들어왔다. 열어보고는 잠시 당황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많이 지원해 주셨다. 내가 막연히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후보자상과는 달랐다.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몰랐다. 시급을 얼마 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지금이야 ChatGPT한테 한 줄만 던져도 답이 나오지만, 그때는 물어볼 AI조차 없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한국 자료는 도움이 안 되고, 미국 자료는 너무 일반적이거나 너무 변호사 언어였다.
그 막연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채용은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REMEX를 키우고 Deallo.ai를 빌드하면서 미국에서 사람을 뽑는 일에 대해 배운 게 있다면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한국과는 다른 ‘일’에 대한 정의
미국에서 사람을 뽑으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연봉도, 비자도 아니다. ‘일’이라는 단어가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단어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일’은 종종 정체성이다. 회사가 곧 나고, 내가 곧 회사다. 주말에 슬랙이 울리면 본다. 새벽에 카톡이 와도 답한다. 그게 헌신이고, 그게 프로페셔널리즘이고, 그게 우리가 자라면서 학습해 온 좋은 직장인의 모습이다.
미국에서 ‘일’은 계약이다. 좋은 의미로 그렇다. 그들은 일을 사랑할 수 있다. 정말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이 곧 자기 자신은 아니다. 5시 반에 컴퓨터를 닫고 가족과 저녁을 먹는 게 게으름이 아니라 건강함의 증거다. 주말에 메시지를 보내는 매니저는 헌신적인 게 아니라 그냥 매니지먼트가 안 되는 사람이다.
이 차이를 머리로는 알아도 몸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미국 직원이 “이건 제 책임 범위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때 살짝 서운했던 적도 있다. 한국 정서로는 그게 차갑게 들리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그 명확한 선이 오히려 그 사람이 자기 책임 안에서 더 깊이 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문화 차이는 누가 더 옳고 그른 게 아니다. 다른 운영체제(OS)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건, 우리가 그 OS 위에서 동작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결정하는 일이다.
나는 아직 어떻게보면 이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한것도 같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또는 내 머리가 창업자 머리라 완전히 사고하는 방식이 다른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더더더 성장해야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균형적 삶 보단, 일 중심의, 성장 중심의, 속도 중심의 조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있다. 큰 조직보단 밀도있는 작은 조직을 선호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 아직도 대부분의 중심 팀원들이 한국인 위주로 되어있고, 그 안에서 변호사와 CPA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법률적 제도 안에서 함께 목표를 가진 팀원들하고 일을 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너무 한국인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첫 직원 윌리엄님이다. 처음 시작해 약 2년간 같이 일을 했고,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었다. 잘 모르는게 너무 많아 양해를 구한게 너무 많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분이다. 미국에 우리 첫 발을 딛게 해주신 분.
2. 법률 — 알아야 하는 게 너무 많다, 그리고 주(州)마다 다르다
이 부분은 솔직히 한국 창업자들이 가장 만만하게 보는 영역이고, 가장 위험한 영역이다.
미국 채용 법률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촘촘하다. 그리고 연방법, 주법, 시 조례가 다 다르다. 텍사스에서 통하던 게 캘리포니아에서는 위법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면접에서 물어보면 안 되는 것들이 정말 많다.
- 나이 (“졸업 연도”로 우회해서 물어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결혼 여부, 자녀 계획
- 종교
- 출신 국가 (“어디 출신이세요?”는 위험하다)
- 장애 여부
- 임신 계획
- 인종, 민족 배경
- 일부 주에서는 이전 연봉을 묻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
한국에서는 이력서에 사진이 붙고, 가족 관계가 들어가고, 나이가 적혀 있는 게 너무 당연하다. 미국에서 그런 이력서를 받으면 그걸 봤다는 사실 자체가 차별 소송의 빌미가 된다. 좋은 미국 채용 매니저는 의도적으로 그런 정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텍사스 vs 캘리포니아
우리는 Dallas에 있어서 텍사스 법을 기준으로 운영한다. 텍사스는 일반적으로 고용주에게 우호적인 주다. At-will employment가 강하게 적용되고, 경업금지(non-compete) 조항도 비교적 폭넓게 인정된다.
캘리포니아는 거의 정반대다. 경업금지 조항은 거의 무효 처리된다. 직원 보호 조항이 훨씬 강하다. 같은 회사라도 텍사스 직원과 캘리포니아 직원의 근로계약서가 다르게 쓰여야 한다. 진짜다.
최저임금도 다르다. 텍사스는 연방 최저임금($7.25)을 따르지만, 캘리포니아는 훨씬 높다. 도시 단위로 더 높은 곳도 있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주마다 다른건 그래도 이해할만 하지만, 실제로 카운티마다도 다르다는건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리고 여기서 이제 3년 이상 비즈니스를 운영하다 느낀건, 참 주마다, 카운티마다도 경제적 경쟁을 하는 환경은 이 경제를 더욱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
그치만 더 재미있는건, 실제 최저시급은 맥도날드나 칙폴레 같은 프랜차이즈들이 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이 얼마를 주고있는지, 우리가 얼마를 지불해야 시장에서 괜찮은 분들을 대려올 수 있을지가 정해지는 것 같기도하다. 최저시급이 $7.25이지만, 실제로 현재 텍사스에서 기본적으로 $15불 이하로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이런걸 보면, 최저시급은 진짜 최저이고, 일반 최저 시급은 또 다르다. 참으로 재미있는 구조이고, 어떻게보면 건강한 구조이기도 한 것 같다.
3. 미국 이력서는 다르다, 그래서 보는 법도 달라야 한다
처음 미국 이력서를 받았을 때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짧다. 한 장이다. 사진도 없고, 나이도 없고, 가족 관계도 없다. 한국 이력서의 풍부한(?) 정보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면 정보가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이력서는 다른 종류의 정보가 들어 있다.
한국 이력서가 “이 사람이 누구인가”를 보여준다면, 미국 이력서는 **”이 사람이 무엇을 만들어 냈는가”**를 보여준다.
좋은 미국 이력서의 특징:
- 1페이지 (주니어/미들 레벨), 길어야 2페이지 (시니어)
- 모든 경력이 수치화된 성과 중심으로 기술됨 — “팀을 관리했다”가 아니라 “12명 팀을 매니징하며 분기 매출 35% 성장”
- 사진, 나이, 결혼 여부 같은 개인정보 없음
- 직무와 무관한 정보는 과감히 생략
- Cover letter는 별도 — 한국의 자기소개서와 비슷하지만 톤이 훨씬 비즈니스 중심
이력서를 보는 법도 달라야 한다.
한국 이력서는 학력, 경력 순으로 읽으며 그 사람의 “스펙”을 평가한다. 미국 이력서는 성과의 패턴을 읽어야 한다. 이 사람이 가는 곳마다 어떤 임팩트를 만들었는가? 그 임팩트가 우리가 지금 풀려는 문제와 연결되는가?
처음에는 이게 잘 안 됐다. “Stanford 나왔네”, “Google에 있었네” 같은 표면적 신호에 자꾸 반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배운 건, 그 학교, 그 회사 출신 중에서도 임팩트를 만든 사람과 그냥 거쳐 간 사람이 명확히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이력서의 동사 선택과 수치화 정도에서 거의 다 드러난다.
미국식 이력서가 좋다, 나쁘다는 말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온 나에게 적응하기 어려운것은 사실이다. 처음 채용을 하는 대표라면, 그냥 모든 사람에게 다 전화해보기를 권한다.
4.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진짜 인재를 뽑는 법
이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Google이 아니다. Meta도 아니다. 좌충우돌하고 있는 하나의 스타트업이고, 미국에서는 아직 무명에 가깝다. 그런데도 우리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은 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큰 회사보다 더 절실하게.
이 상황에서 진짜 인재를 뽑으려면, 한 가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면접은 우리가 그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가 우리를 평가하는 자리다.
좋은 후보자는 옵션이 많다. 그들이 우리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만드는 건 회사의 일이고, 결국 창업자의 일이다.
내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결론들:
계속해서 포장하라. 회사를 어떻게 보이게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LinkedIn 회사 페이지, 창업자의 개인 브랜딩, 블로그 글, 보도자료, 트위터, 유튜브 — 후보자는 면접 들어오기 전에 이미 우리를 검색한다. 검색 결과가 우리의 1차 면접관이다.
계속해서 홍보하라.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왜 의미 있는지를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 한 번 말해서 들리는 게 아니다. 100번 말해야 한 번 들린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계속해서 광고하라. 좋은 후보자는 이력서를 뿌리고 다니지 않는다. 그들에게 우리가 가서 닿아야 한다. LinkedIn outreach, 인재 referral 네트워크, 업계 이벤트, 콘퍼런스 — 다 해야 한다. 한 가지로 안 된다.
그리고 면접에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라.
이 부분이 핵심이다. 면접 전에 후보자의 LinkedIn을 끝까지 다 본다. 그들의 블로그가 있으면 읽는다. 그들의 GitHub을 본다. 그들이 만든 제품을 써본다. 면접 들어가면 우리가 이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시간을 썼다는 것이 그들에게 느껴져야 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한다. 회사가 어디서 잘하고 있는지,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무엇이 흥미진진한지, 무엇이 힘든지. 비전을 보여주되, 거짓말은 안 한다. 좋은 후보자는 거짓말을 0.5초 만에 알아챈다.
면접 끝에는 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의문에 답할 시간을 준다. 그들이 묻지 않은 질문도 미리 짐작해서 답한다. “이 회사가 한국 회사라서 미국 팀의 자율성이 어떨지 궁금하시죠?” 같은 질문을 내가 먼저 꺼낸다. 그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을 의심을 표면 위로 올려서 함께 다룬다.
면접이 끝나면 그들이 우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어 떠나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평가한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자리. 그게 좋은 면접이다.
나는 항상 면접 마지막 우리 회사의 IR을 해준다. 정말 좋은 인재는 우리 회사만 보고 있지는 않더라. 하지만, 내가 목에 핏줄을 세우며, 우리 회사를 진심으로 소개하는게, 어떻게보면 나의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채용은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거울처럼 보여준다
달사람닷컴에 글을 올리던 그 막연한 시기를 돌아보면, 그때 내가 모르던 것들이 너무 많다.
근로계약서 양식도 몰랐고, 시급 기준도 몰랐고, 면접에서 물어보면 안 되는 질문도 몰랐고, 이력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좋은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회사를 좋은 회사로 만드는 일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몰랐다.
지금도 우리는 매일 사람을 뽑고, 매일 실수하고, 매일 배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채용은 채용 부서의 일이 아니다. 좋은 회사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에는 끝이 없다.
그때 달사람닷컴에 첫 글을 올리던 막막한 마음으로 지금 막 미국 채용을 시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글이 작은 단서라도 되었으면 한다.
우리 케이존도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미국 진출이 참 어렵다. 미국에 진출하려는, 또는 이미 진출해있는 모든 이들 화이팅이다. 케이존도 화이팅. 나도 화이팅.

한국에서 파견되서 일을 도와준 현준님, 나(김성수), 윌리엄님과 한 컷 (2023년 무더웠던 텍사스 리맥스 창고에서 한 컷) – 땀이 너무나서 가슴에 소금끼가 찼던게 기억난다.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 낮 12시 27분, 달라스 창고에서 김성수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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